태초에, 오래 전에, 옛날 옛적에.
커다란 못이 박혀 있었다.
땅에.
굳건하게 박힌 못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땅은 혼돈이었고 못은 자신이 무엇을 뚫고 들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못은 못이었다.
비가 오기도 했고 눈이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못과 땅 사이로는 바람도 물도 새어 들어가지 않았다.
못은 그 자리를 지켰다.
땅이 아파해도 비키지 않았고 하늘이 밀어내도 버티어 냈다. 못은 자신이 되었다. 벼락을 맞아도 얼어도 못은 비키지 않았다. 못은 못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못은 점점 녹이 슬었다.
땅은 바위와 흙과 나무와 풀로 뒤덮였다. 장미 덩쿨이 못을 휘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더 이상 못이 아님을 깨달았다.
흙은 못을 기울게 했고 바위는 못을 밀어냈다. 비가 못을 녹슬게 했다. 가시가 못의 녹을 긁어냈다. 바람은 녹을 실어날랐다.
못은 자신이 작아짐을 느꼈다.
어느 날 강이 못을 찾아왔다. 못은 울었다. 못의 울음은 다시 강이 되었다. 못과 강은 누가 먼저였는지 몰랐기에 서로 섞여버렸다.
못은 점점 작아졌다.
그래서 못은 자신이 땅에 박히기 전을 생각했다. 자신이 못이기 전을 생각했다. 자신이 못이되 못이 아니었을 때를 상상했다. 자신이 못이 되고자 해서 못이기 시작했을 때를 기억했다. 그리고 마침내 못은 못이 아니었을 때를 떠올려 냈다.
그러므로, 못은 못이 아니었다. 못은 장도리와 망치의 차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못은 못이 되었다.
태초에, 오래 전에, 옛날 옛적에.
못이 있었다. 그 못은 예전에 커다란 못이 있었던 흔적이라 했다. 끝도 없이 깊은 못의 바닥에는 아직도 붉은 녹이 파슬파슬 떨어진다 했다. 못은 못을 남겼다. 그리고 못을 동정한 강은 못을 내버려 두었다.
지금도 그 못의 바닥에는 장미 덩쿨이 붉은 녹을 먹고 자라나고 있다. 그 장미가 붉은 것은 그 때문이다.
커다란 못이 박혀 있었다.
땅에.
굳건하게 박힌 못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땅은 혼돈이었고 못은 자신이 무엇을 뚫고 들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못은 못이었다.
비가 오기도 했고 눈이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못과 땅 사이로는 바람도 물도 새어 들어가지 않았다.
못은 그 자리를 지켰다.
땅이 아파해도 비키지 않았고 하늘이 밀어내도 버티어 냈다. 못은 자신이 되었다. 벼락을 맞아도 얼어도 못은 비키지 않았다. 못은 못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못은 점점 녹이 슬었다.
땅은 바위와 흙과 나무와 풀로 뒤덮였다. 장미 덩쿨이 못을 휘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더 이상 못이 아님을 깨달았다.
흙은 못을 기울게 했고 바위는 못을 밀어냈다. 비가 못을 녹슬게 했다. 가시가 못의 녹을 긁어냈다. 바람은 녹을 실어날랐다.
못은 자신이 작아짐을 느꼈다.
어느 날 강이 못을 찾아왔다. 못은 울었다. 못의 울음은 다시 강이 되었다. 못과 강은 누가 먼저였는지 몰랐기에 서로 섞여버렸다.
못은 점점 작아졌다.
그래서 못은 자신이 땅에 박히기 전을 생각했다. 자신이 못이기 전을 생각했다. 자신이 못이되 못이 아니었을 때를 상상했다. 자신이 못이 되고자 해서 못이기 시작했을 때를 기억했다. 그리고 마침내 못은 못이 아니었을 때를 떠올려 냈다.
그러므로, 못은 못이 아니었다. 못은 장도리와 망치의 차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못은 못이 되었다.
태초에, 오래 전에, 옛날 옛적에.
못이 있었다. 그 못은 예전에 커다란 못이 있었던 흔적이라 했다. 끝도 없이 깊은 못의 바닥에는 아직도 붉은 녹이 파슬파슬 떨어진다 했다. 못은 못을 남겼다. 그리고 못을 동정한 강은 못을 내버려 두었다.
지금도 그 못의 바닥에는 장미 덩쿨이 붉은 녹을 먹고 자라나고 있다. 그 장미가 붉은 것은 그 때문이다.


덧글
속뜻을 다 모르고 읽어도 감탄이 흘러나오네요.
수정하는 사이에 댓글이 달렸군요. (;;)
요새 심사가 좀 산만해서 -_-;;;; 저런 산만한 글이 ... -_-;;;;; 좀 정신 사납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습니다만 orz